 ^*^촛불을 켜고 기도하세요
그리운 벗님 해마다 12월 한달은 4주 동안
4개의 촛불을 차례로 켜고 날마다 새롭게 기다림을
배우는 한 자루의 촛불이 되어 기도합니다.
*첫 번째는 '감사의 촛불'을 켭니다...
올 한 해 동안 받은 모든 은혜에 대해서
아직 이렇게 살아 있음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억울했던 일 노여웠던 일들을
힘들었지만 모두 받아들이고 모두 견뎌왔음을
그리고 이젠 모든 것을 오히려 유익한 체험으로
다시 알아듣게 됨을 감사드리면서
촛불속에 환히 웃는 저를 봅니다
*두 번째는 '참회의 촛불'을 켭니다...
말로만 용서하고 마음으로 용서 못한 적이
많은 저의 옹졸함을 부끄러워합니다
말로만 기도하고,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거나
일상의 삶 자체 기도로 승화시키지 못한
저의 게으름과 불충실을 부끄러워합니다
늘상 섬김과 나눔의 삶을 부르짖으면서도
하찮은 일에서조차 고집을 꺽지 않으며 교만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날들을 뉘우치고 뉘우치면서
촛불 속에 녹아 흐르는 저의 눈물을 봅니다
*세 번째는 '평화의 촛불'을 켭니다...
세계의 평화 나라의 평화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면서
촛불을 켜면 이 세상 사람들이 가까운 촛불로 펄럭입니다
사소한 일에서도 양보하는 법을 배우고
선과 온유함으로 사람을 대하는
평화의 길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촛불 속에 빛을 내는 저의 단단한 꿈을 봅니다
*네 번째는 '희망의 촛불'을 켭니다...
한 해가 왜 이리 빠를까 한숨을 쉬다가
또 새로운 한 해가 오네 반가워하면서 다시 시작하는
설렘으로 희망의 노래를 힘찬 목소리로 부르렵니다
겸손히 불러야만 오는 희망 꾸준히 갈고 닦아야만
선물이 되는 희망을 더 깊이 끌어안으며
촛불 속에 춤추는 저를 봅니다
사랑하는 벗님, 성서를 읽으며 기도하고 싶을 때
좋은 책을 읽거나 쓸 때 마음을 가다듬고 촛불을 켜세요
하느님과 이웃에게 깊이 감사하고 싶은데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촛불을 켜고 기도하세요.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하고 힘들 때 촛불을 켜고 기도하세요
촛불 속으로 열리는 빛을 따라 변함없이 따스한
우정을 나누며 또 한 해를 보낸 길에서 또 한 해의
길을 달려갈 준비를 우리 함께 해야겠지요
- 수녀 이해인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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