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글

*내가 사랑하는 계절

유익한만남 2013. 11. 2. 14:32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동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나태주·시인, 1945-)-

' 함께 읽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맺어진 소중한 인연이기에  (0) 2013.11.04
*고운 인연을 위하여  (0) 2013.11.03
*하루는 짧은 인생   (0) 2013.11.02
*마음으로 드릴게요   (0) 2013.11.02
*세상에 영원한 내 것이란 없다   (0) 201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