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땅에 떨어지는 낙엽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냥 맞이한다.
그것들은 삶 속에 묻혀 지낼 뿐
죽음 같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것들은 그때 그곳에 모든 것을 맡기고
순간순간을 있는 그대로 산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 뿐인데,
그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삶은 순간순간 새롭게 발견되어져야
할 훤출한 뜰이다.
삶을 마치 소유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니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새롭게 발견되는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나는 이 오두막에 와 살면서
내 자신을 만나고 되찾게 된 것을
무엇보다도 고맙게 여긴다.
지나온 과거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짐을 벗어 버리고,오로지 지금
이 순간 속에 사는 홀가분한
자유를 찾은 것이다.
이 순간에 있는 그대로 사는 사람한테는
사슬이 없다. 기억의 사슬도 없고
욕망의 사슬도 없다.
시냇물이 흐르듯 그저 담담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일 뿐이다.
진정한 자유는 정신적인 데에 있다.
나는 이 창 아래 앉아 귀를 기울인다.
소리 없는 소리에 귀를 모은다.
침묵의 세계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존재의 뜰이 열린다.
이 우주가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이고
우리들 자신 또한 그 한 지체다.
그러므로 그 커다란 생명체를 향해
자신을 활짝 열어 놓을 때 그 원천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서릿바람에 가랑잎들이 휘날리고 있다.
낙엽은 그 근원인 뿌리로 돌아간다.
-글: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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