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글

*여름 시계는 느려터진 줄만 알았습니다

유익한만남 2016. 8. 30. 14:27

    ♣ 여름 시계는 느려터진 줄만 알았습니다 ♣
    여름 시계는 느려터진 줄만 알았습니다.
    바람 잔잔한 한여름 오후 나무가지도
    더위에 축늘어 옴짝하지 않고
    떠돌던 흰구름도 모였다
    흩어졌다 함을 멈추고 있기에
    여름 시계도 늘어져서
    가지 아니할 줄 알았습니다.
    9월은 멀리만 있는줄 알았습니다.

    철모르는 코스모스가
    한두송이 피고 지지마는
    철을 아는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꽃물결의 장관은
    아직 연출되지 않기에 9월은
    저 멀리서 천천이 올 줄만 알았습니다.

    산넘고 물건너 가고 또 가봐야
    가을을  만나볼 줄 알았습니다.
    눈감고 가만히  들어보면
    마음으로 들리는 소리가
    여름 파도소리 인줄 알았더니
    그것이 가을이 오는 소리였나 봅니다.

    가을은 미리 가을색으로
    마구 칠해 놓고 그 길따라 천천이
    오는 줄만 알았더니 그런게 아니였나 봅니다.
    푸르름이 아직 한창인데
    알알이 익은 포도송이를 맛보면서
    성큼 가을이 다가옵을 알았습니다.

    가을에는 아프다고들 하기에
    그게 거짓인 줄 알았습니다.
    코끝에 미리 전해지는
    가을 내음에, 보고픔에
    가슴이 미리 아프려고 하니
    가을이 짙게 물들어 오면
    얼마나 아파해야 할지 나 모릅니다.


    - 좋은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