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덥게 하라. 그러면 그대는 모든 의사를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명의 헤르만 부르하버가 책 《의학의 가장 심오한 비밀》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따뜻하게 하라는 구절은 《동의보감》에도 나온다. 그 유명한 ‘두한족열(頭寒足熱)’인데, 그만큼 건강을 위해선 발은 따뜻하되 머리는 차야 한다는 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의견이다.
한의학에서는 인체가 상열하한(上熱下寒: 상체는 뜨겁고, 하체는 차가운 상태)이 되면 여러 질환이 생긴다고 본다. 그래서 족욕과 반신욕을 통해서 하체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면 하체가 차서 생기는 냉증, 정맥류, 생리불순 개선에 효과가 있다. 또한 상체에 열이 몰려서 생기는 두통이나 목통증, 탈모, 스트레스 등의 질환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은 “인체는 상열하한일 때 각종 질환이 생겨나는데, 이는 상체에 있는 주요 장기들이 뜨거우면 기능 작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라며 “그래서 족욕이나 반신욕을 통해일부러라도 하체를 따뜻하게 만들고 상체를 차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족욕과 반신욕을 할 때 중요한 점은 상체에 열이 전달되지 않도록 배꼽 아래까지만 물이 채워져야 한다. 반신욕을 제대로 하려면, 40℃ 이내의 온탕이 적당하다. 또 한 번에 많은 물을 받으면 반신욕을 하는 동안 물 온도가 낮아질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욕조에 물의 3분의 2 정도만 받은 후 반신욕을 하다 온도가 떨어지면 나머지 물을 받아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반신욕은 일주일에 2~3회가 적당하고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하는 게 좋다. 시간은 20분이 가장 좋다. 30분 이상을 하게 되면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고 몸속 수분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족욕은 반신욕할 때보다 물 온도를 좀 더 뜨겁게 하는 게 좋은데 40~43℃에서 한다. 족욕을 하면 땀이 나기 때문에 족욕 전에는 물을 한 컵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복사뼈가 충분히 잠길 정도까지만 담그면 된다. 족욕을 하다가 물이 식으면 따뜻한 물을 조금씩 더 보충해 물 온도가 40~43℃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족욕은 매일 해도 별 무리가 없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고운 교수는 “족욕이나 반신욕을 한 후 나른함과 피로가 가중되거나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온도와 시행 시간, 횟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