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글

*낮이 있으면 밤이 있는 법

유익한만남 2016. 11. 8. 18:34

    주나라의 윤대감은 부유하지만 매우 인색하여 그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쉴새없이 일에 시달리는 형편이었다. 그 중 오랫동안 윤대감 댁에서 일해온 늙은 하인이 한 명 있었는데, 고생에 찌들어 몸이 몹시 쇠약해졌건만 윤대감은 아랑곳하지 않고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에게 힘든 일을 시켰다. 늙고 지친 하인은 밤만 되면 정신 없이 곯아떨어지곤 하였다. 그런데 꿈은 현실과 정반대라고 했듯이 잠만 들면 꿈속에서 어김없이 임금이 되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면서 세상에 다시없는 행복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렸다. 눈만 뜨면 다시 힘들고 고된 하인 일에 시달려야 했건만, 누군가 그런 자신을 위로하면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물론 늙고 지친 하인으로 혹사당하는 현실이 고통스럽지만, 밤만 되면 꿈속에서 임금이 되어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별로 원망스러울 것은 없다네. 인생살이가 몇 십 년이든 어차피 낮과 밤 반반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낮에 고생한 만큼 밤에 호사스러운 나는 괜찮은 삶인 편이지.” 한편 주인 윤대감은 매일 기름진 음식에 편안한 생활을 하였지만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꿈속에서 남의 집 하인이 되는 것이었다. 할 일은 산더미 같아 잠시도 쉴 틈이 없었고, 주인은 툭하면 꾸중에다 매질을 일삼아서 헛소리와 신음으로 끙끙 앓다가 날이 밝아서야 하인의 신분에서 벗어나 안락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윤대감은 꿈속의 자신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의원을 찾아 호소하였다. “대감께서는 권력과 부를 모두 가진 분으로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그런데 밤이면 꿈속에서 남의 집 하인이 되어 온갖 고생을 하신다니 이는 결국 낙이 있으면 고통이 있다는 세상 이치를 말해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감께서 낮이고 밤이고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원래 무리라고 봅니다.” 윤대감은 의사의 집을 나오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 날부터 윤대감은 인색한 태도를 버리고 하인들에게도 일을 알맞게 시키면서 지나친 간섭을 하지 않았다. 이후로 늙은 하인은 임금이 되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지만 낮 동안에도 알맞게 일을 하여 하루하루가 편안하였고, 윤대감도 남의 집 하인으로 고통 받는 꿈을 더 이상 꾸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