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잠시 바깥에 서 있기도 힘든 날씨, 이런 날엔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손님들이 맛있게 드실까’를 고민하게 된다. 음식하는 사람은 날씨에 민감해 하루에도 몇 번씩 전국 날씨를 꼼꼼히 확인한다. 이상기후가 재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장마와 폭염에는 상추, 시금치, 미나리 같은 엽채류 및 과일의 품질과 맛이 크게 떨어진다. 여름철 그 흔한 오이가 하루이틀 차이로 장마지면 싱겁고, 가물면 쓴 식이다. 산지에서 직접 받는 생선류 등은 물류 문제로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을 수 있다. 태풍이라도 오는 날엔 어민들이 조업을 못 나가 신선한 생선이 없다. 가격 또한 큰 폭으로 치솟는다.
또 중요한 것이 손님들의 입맛 변화다. 예를 들면 장마철엔 전류와 매운 음식을 맛있게 즐기고, 생선회나 육회는 익혀주길 요청한다. 반면 폭염엔 누구나 식욕이 없다. 더운 날이 지속되고 돌아오는 그릇에 남는 음식량이 늘면 손님들의 입맛을 돋워드려야 한다.
이런 때 내가 특별히 만드는 음식이 ‘서과죽’이다.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 생소하지만 워낙 색이 곱고 맛이 단정해 눈으로 한 번, 입으로 또 한 번 맛을 음미하면 입맛이 확 살아난다.
서과(西瓜)는 수박의 한자 이름으로 ‘서쪽에서 온 박’이란 의미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수박은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고려 후기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 도입은 고려 출신의 몽골 장군인 ‘홍다구’라는 인물이 씨앗을 가져와 개성에 처음 심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조선 세종 때 수박 한 통이 쌀 다섯 말 값으로 거래될 정도로 매우 비싸고 값진 과일이었다니 그 시절 수확량이 적고 재배가 쉽지 않았나 보다.
이제는 흔히 먹는, 여름 과채 ‘수박’은 우리말 이름이다. 영어이름 워터멜론(Watermelon)처럼 ‘물 많은 박과 작물’이라는 뜻에 어원을 두고 있다. 오이, 참외, 호박 등 박과 작물이 여럿이지만 수박만큼 수분 함량이 높은 열매도 드물다. 수박의 수분 함량은 약 95%다. 이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 수시로 수분을 섭취해야 하는 여름철에 먹기 참 좋다. 수분 외에도 칼륨과 무기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에도 수박은 더위로 쌓인 몸 안의 열과 독을 빼내는 데 효과가 있다고 쓰여 있다. 다만 성질이 차기 때문에 변비인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지만, 설사가 잦은 사람은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수박은 크고 묵직하면서 꼭지가 마르지 않았으며, 검은 줄무늬 간격이 좁은 것일수록 향이 깊고 맛이 달다. 예전에는 수박을 구입할 때 과일장수가 수박의 일부분을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 꺼내 잘 익었는지 붉은 색을 확인해 줬다. 그래서 집집마다 수박에 삼각형 구멍이 있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제는 수확 직전에 당도계로 미리 당도를 확인하기 때문에 대부분 맛이 보장된다. 품종도 다양해져 블랙망고수박, 흑수박, 노란수박 등도 재배되고 있다. 하지만 원조 수박의 맛과 향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특히 개량종은 대부분 크기가 작은데 큼직한 수박 한 통 쩍 가르는 손맛 또한 수박먹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요즘은 가족이 많지 않아 큰 수박 한 통을 다 비우기 쉽지 않다. 남은 수박을 처치하기 곤란할 때, 그때도 요긴한 음식이 서과죽이다.
서과죽은 수박을 곱게 갈아 찹쌀풀을 넣어 끓여 빛깔이 예쁘고 기분좋은 단맛과 은은한 수박향에 찹쌀풀의 점도까지 더해져 식욕을 돋운다. 또한 소금 외엔 다른 양념이나 감미료가 필요 없는 최고의 자연식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학교 때 배운 이름 ‘서과죽’이 아닌 ‘수박죽’이나 ‘수박미음’으로 이유식, 유아식, 아토피환자식으로 조금씩 알려지는 중이다.
입맛은 떨어지고 수박이 맛있는 계절이다. 만들기는 참 쉽고 맛과 이로움은 큼직한 수박만큼 알찬 서과죽은 따뜻하게 먹어도 맛있고, 차게 먹어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하게 먹는 것을 추천한다.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수박즙 2컵(400㎖), 찹쌀가루 6큰술, 소금 1/4작은술
*만드는 법
1. 수박은 빨간 부분만 잘 발라서 믹서기에 갈아 체에 거른다.
2. 냄비에 준비한 수박즙을 담아 끓인다. 이때 찹쌀가루를 풀기 위해 수박즙을 약간 남겨 둔다.
3. 남겨둔 수박즙에 찹쌀가루를 넣어 잘 풀어 둔다.
4. 냄비의 수박즙이 끓어오르면 ③의 찹쌀풀을 넣고 끓인다.
5. 끓어 넘치지 않도록 잘 저으면서 약 5분 정도 끓인 후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 다음 그릇에담아 낸다.
*조리 Tip
1. 씨는 반드시 빼고 갈지 않아도 된다. 착즙기가 있는 경우 착즙기로 수박즙을 내면 더 편하다.
2 .찹쌀가루를 쑤기 번거로우면 물에 충분히 불린 찹쌀 6큰술을 믹서에 갈아 넣고 찹쌀이 퍼지도록 충분히 끓인다.
3. 더 든든하게 먹고 싶을 땐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새알심을 만들어 넣고 끓인다.
4. 수박껍질의 하얀 부분을 채썰어 겉절이로 무쳐서 죽과 함께 먹으면 맛이 잘 어울린다. 만드는 법은 흰 부분만 채썰어 껍질 100g에 소금 2g 정도 비율로 약 30분간 절여 물기를 꽉 짠 다음 양념에 버무린다. 기본양념은 멸치액젓과 고춧가루를 일대일로 하고 다진마늘, 다진파, 참깨, 참기름을 넣어서 무치면 된다. 이때 채썬 양파를 첨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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